그리스신화와 인간창조
고대 그리스인들이 문자로 남긴 최초의 작품 중에 기원전 750년경 헤시오도스가 기록한 서사시 『신들의 계보』(일명 神統記, Theogony)가 있다. 이 신들의 계보 560-612행에 그리스 신화의 인간창조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로메테우스(선견지명)와 에피메테우스(후견지명)는 동료 타티탄들의 올림푸스 신들에 대한 반란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세계인 타르타루스에 감금되지 않았다. 신들은 이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그들을 대신해서 노동할 『인간』의 창조를 허용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진흙으로 만들고 아테나는 그 진흙 형상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한편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지상의 동물들이 각자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예로써 빠름, 힘, 잇빨, 날개, 등을 만들어 선물한다. 에피메테우스가 모든 능력들을 동물들에게 다 주었으므로 인간에게 줄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신들처럼 걷게 만들고 『불』을 선물로 주었다.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들의 동료인 타이탄들을 지하세계에 감금한 올림푸스의 신들을 공경하지 않고 대신 자신이 창조한 인간을 아끼게 된다. 제우스가 인간에게 신에게 제사를 드릴 동물의 가장 좋은 부위를 바치라고 명령했을 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속이려고 마음먹는다. 프로메테우스는 두개의 덩어리를 준비했는데, 하나는 먹음직스러운 겉모습을 한 뼈덩어리이고 다른 하나는 볼품없는 모습을 한 진짜 고기덩어리다.
제우스는 겉모양을 보고 뼈를 선택했다. 제우스는 자신이 선택한 것을 제사음식으로 받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인간으로 부터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뼈만 계속 받게 될 운명에 처했다. 화가 치민 제우스는 인간문명의 핵심인 불을 빼앗는다. 이에 프로메테우스는 태양에서 횃불에 불을 붙여 인간에게 건네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는 더욱더 화가 나 인간과 프로메테우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형벌을 가한다.

아름다운 악
인간과 프로메테우스에 화가 난 제우스는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인간에게 고통을 줄 『아름다운 악』 여자를 만들도록 명령한다. 헤파이스토스가 흙과 물로 빚어 여자의 몸을 만들자 네가지 바람이 불어와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여자에게 선사했고, 아테나 여신은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솜씨와 은색 가운, 찬란하게 수놓은 베일, 목걸이 그리고 은으로 만든 정교한 왕관을 선사한다. 포세이돈은 진주목걸이를 선물하여 바다에 익사하지 않게 만들고, 아폴로는 하프를 연주하는 법과 노래하는 법을 가르친다. 제우스는 바보같고 장난끼 많은 동시에 게으른 본성을 선사하고, 헤라는 치명적인 호기심을 선사하였다. 헤르메스 신은 여자에게 남을 속이려는 마음과 거짓말하는 혀를 선사한다. 이 여자의 이름은 신통기에선 밝히지 않지만 헤시오도스의 또 다른 작품인 『일들과 날들』590-593행에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판도라
그녀가 처음으로 신과 인간 앞에 섰을 때 놀라움이 그들을 사로잡았고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숨이 막힐 것같은 간교함이 있었다. 그녀는 남성들에게 고통을 주고 남성들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운명을 타고 난 남성들에겐 치명적인 존재다. 지긋지긋한 가난속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으나 부가 있을 땐 남성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 여자의 이름은 『모든 선물』이란 의미를 지닌 『판도라』다. 판도라는 세상의 첫 여성이며 이전에 존재했던 인간은 그 상대적인 존재로 남성이 되었다. 헤르메스는 판도라에게 정교하게 만든 상자를 주면서 결코 열어보지 말라고 명령한다. 제우스는 화려한 옷을 입은 판도라를 인간들과 지상에서 거주하고 있던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제우스의 선물인 판도라를 받지 말도록 경고했으나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에페메테우스는 판도라를 지상에 거주하게 한다.

희망
판도라는 신들이 열어보지 말라는 상자를 바라보면서 호기심으로 가득 차 마침내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게 된다. 그 상자에서 슬픔, 재난, 가난, 질병, 불행 등... 인간이 겪어야 할 모든 악이 뛰쳐나왔다. 겁이 난 판도라가 얼른 상자를 닫았으나 이미 다 빠져나오고 오직 한가지만 상자에 남아있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삶이 고되다 할지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어 살만 하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신들의 계보 요약
세계가 하늘과 땅, 바다로 갈라지기 전에는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치는 혼돈 덩어리였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 혼돈을 카오스(Chaos)라 했다. 이 카오스 속에서도 만물의 씨가 들어 있었고,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가 태어났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여신인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바다의 신 폰토스를 낳았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는 우라노스와 결혼하여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을 낳았다. 이 자식들을 타이탄(Titan)이라고 불렀으며 어마어마한 몸집을 지닌 거인족이다. 타이탄 족을 낳은 가이아는 또 세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이 자식들을 키클로페스(외눈박이 거인)라고 불렀다. 그들도 타이탄처럼 몸집은 거대했지만 그들은 이마 한가운데 눈이 하나밖에 없는 외눈박이 족이다. 그리고 다음에 자식 세명을 또 낳았는데 머리가 50개, 팔이 100개나 달려 있어 헤카톤케이르(100개의 팔)라고 불렀다.
가이아의 남편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괴물들을 낳자 키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르들을 땅속 가장 깊은 지옥(타르타로스)에 가두어 버렸다. 화가 난 가이아는 여섯 아들 타이탄을 불러 잔인한 아버지 우라노스의 고추를 자르라고 다그친다. 이에 힘이 가장 센 막내 크로노스가 어머니 가이아가 준 낫으로 우라노스의 고추를 잘라 바다에 던졌다.
우라노스의 잘린 고추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대지에 떨어지자 머리카락이 뱀이고, 날개가 달리고, 눈에는 계속 피가 흐르는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가 태어났다. 또한 기가스(자이언트)라고 하는 거대한 괴물도 태어났다. 우라노스의 고추가 바다에 떨어지자 하얀 거품이 일고 그 물거품에서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태어난다.
우라노스에 이어 신들의 왕이 된 크로노스도 결국 그의 아들 제우스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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